같은 유전자를 가진 세포들도 같은 외부 자극에 서로 다르게 반응하는 경우가 있다. 이는 항암 치료를 위한 화학요법을 적용할 때 암 세포의 완전 사멸을 가로막기도 한다. 국내 연구진이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를 밝혔다.
KAIST(총장 이광형)는 수리과학과 김재경 교수 연구팀이 외부 자극에 대한 세포 간 이질성의 크기가 세포 내 신호 전달 과정의 반응 속도 제한 단계의 수에 비례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21일 밝혔다.
몸 속 세포는 항생제 투여나 삼투압 변화 등 다양한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신호 전달 체계를 갖고 있다. 신호 전달 체계는 세포와 외부 환경의 상호 작용에 핵심 역할을 한다.
세포 간 이질성과 세포마다 다른 약물에 대한 반응성 (자료=KAIST)
같은 외부 자극을 세포들에 가해도 반응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약물에 대해 이질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약물 내성이 강한 존속성 세균이 발생하는 일이 생긴다. 이러한 현상을 유발하는 세포 간 이질성의 원인을 찾기 위해 많은 시도가 있었다. 특히 신호 전달 체계를 이루는 많은 중간 과정들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제안됐으나, 실험적으로 모든 중간 과정을 직접 관측하는 것이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.
김 교수 연구팀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세포 내 신호 전달 체계를 묘사하는 큐잉 모형(Queueing model)을 개발했다. 개발된 큐잉 모형을 바탕으로 통계적 추정 방법론인 베이지안 모형과 혼합 효과 모형을 결합, 신호 체계의 중간 과정을 관측하지 않고도 신호 체계를 분석할 수 있는 컴퓨터 소프트웨어(MBI)를 개발했다.
이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, 연구팀은 신호 전달 체계를 구성하는 속도 제한 단계의 수가 늘어날수록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세포 간 이질성도 커진다는 사실을 밝혔다. 속도 제한 단계는 신호 전달 체계에 관여하는 수많은 중간 과정 중 진행 속도가 가장 느려 전체 신호 전달 속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단계를 말한다.
세포 신호 전달 단계를 기술한 수리 모형 (자료=KAIST)
김 교수팀은 이어 실제 대장균의 항생제 반응 실험 데이터를 이용해 결과를 검증했다. 이러한 연구 결과는 항생제 내성 세균 연구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.